부동산 정책은 왜 모든 정부에서 실패처럼 보이는가
세대·재산·지역이 교차하는 구조 안에서 어떤 정책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1기 신도시부터 임대차 3법, 종부세까지 이어지는 정책의 연쇄와 그 정치적 대가를 짚는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의 문제가 아니다. 가계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고, 혼인·출산·노후가 이 한 자산에 종속되는 독특한 경제 구조가 수십 년간 지속됐다. 그래서 어떤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펴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본다'는 구조적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책의 성공과 실패라는 단순한 평가보다, 그 정책이 '어느 세대·어느 지역·어느 재산 분위에 유리하게 설계됐는가'를 묻는 것이 더 정확하다.
예컨대 집값을 안정시키는 정책은 무주택 청년에게는 환영받지만, 자산의 대부분이 집에 묶인 60대 은퇴자에게는 노후 설계의 붕괴로 체감된다. 반대로 공급 확대 정책은 주택을 실수요로 사려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이미 신축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에게는 자산가치 희석의 리스크가 된다. 같은 정책이 누구에게는 해방이고 누구에게는 약탈로 기억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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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연쇄: 1기 신도시부터 임대차 3법까지
1990년대 초반 1기 신도시 건설은 '200만 호 공급'이라는 구호로 시작됐다. 당시 폭등하던 전세가를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건설 경기 순환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고착시켰다. 2000년대 중반 참여정부는 종합부동산세와 투기지역 지정이라는 수요 억제 정책을 폈고, 일시적 안정에는 성공했지만 정권 교체의 빌미가 됐다는 평가가 따랐다.
문재인 정부 시기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전월세 신고제)은 세입자 보호라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시행 직후 전월세 호가가 한 번에 튀어 오르며 '신규 계약자 역차별'이라는 부작용이 드러났다. 이후 정부는 공급 확대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부지 확보와 건설 기간의 문제로 체감 공급은 수 년 뒤에야 나타난다.
윤석열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취득세 중과 완화와 재건축 규제 완화를 주요 어젠다로 삼았다. 자산가 감세라는 진보 진영의 비판과, 공급 촉진이라는 보수 진영의 옹호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는 수도권 자산 가치에 즉각적으로 반영됐지만, 지방 미분양은 해소되지 않아 지역 간 격차가 오히려 확대됐다.
세대 갈등의 실체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세대 갈등은 자주 '젊은 세대 vs 기성 세대'의 도식으로 단순화된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는 더 복잡하다. 40대 중후반 무주택자는 기존 주택 소유자보다도 청년층의 처지에 가깝고, 자산 상속을 받은 30대는 오히려 60대 자산가의 이해관계와 연결된다. 세대보다는 '자산 보유 여부'가 더 강력한 변수인 셈이다.
그럼에도 정치적 수사에서 '세대'가 강조되는 이유는, 그것이 동원하기 쉬운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청년을 위한 공급 확대' 또는 '어르신의 노후를 지키기 위한 세제 완화'라는 구호는 실제로는 자산 격차를 은폐한 채 통용된다. 정책 설계자가 진정으로 물어야 할 질문은 '누가 이미 어떤 자산을 갖고 있고, 그 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이며, 이것은 세대 프레임보다 훨씬 불편한 질문이다.